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
(P)review/Movie 2008/03/04 09:14어제 서울극장에서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여기에서 발견하고 요기 가서 후다닥 신청했습니다. 본래는 Bini양과 보러 갈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회사일로 바빠지셔서(... ㅠㅠ) 왠지 그 근처에 있어 좀 덜 미안할것 같은 나비양에게 보자! 라고 했더니 그래! 라고 답이 왔지 말입니다. 참고로 나비양은 번호 딴지는(응?) 몇년 됐는데 막상 본건 이번 시사회가 두번째였습니다...
서울극장에 가서 좀 헤메다가 티켓 받는곳을 찾았습니다. 본인확인은 어떻게 하나 궁금했는데, 그냥 가서 이름을 대면 되더군요. 몰랐는데, 제가 티켓을 획득(!)한 경로 말고도 여러 경로로 시사회가 알려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티켓 받으러 엄한곳에 갔다가 잠깐 당황 ... 가서 티켓을 받으며 3월 15일 행사도 소개받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신청은(3개 다!)해 두었습니다.>_<=b 저녁엔 시간이 안될 것 같아서요. 여튼, 기대기대 +_+
... 잡설은 여기로 줄이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배경은 뭔지 사실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공짜 티켓이래! 라는거에 좋아라 하면서 간건데요. 인디아나존스 광고-_-; 가 나오고 나서 이슬람틱한 음악과 폰트들이 화면을 장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비양 말로는 글자들이 날아다니며 남기는 선이 이쁘다 - 라고 하더군요. 저는, 선 보다는 색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 절반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부터 지금까지의 회상, 그리고 뒤쪽 절반은 그 이야기에 숨어있었던 진실들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죠. 영화 내용을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면 아니까요. 일단,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이 리뷰를 보신다면,
라고 시작해야겠습니다. 두괄식이 좋잖아요? ;-) 이 뒤로 더 읽어도 스포일링은 (아마) 없을테니 안심 ;-) 뭐 하지만 영화에 대한 언급이니 약간씩은 나올지 모릅니다.
일단,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 - 원작은 칼레드 호세이니님의 책이라고 합니다. 배경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파키스탄, 미국 등입니다. 연... 바람따라 날아가버리는 그 녀석이군요. 대체 누가 연을 쫓아가는 아이일까요. 제목이 주인공을 지칭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영화 소개 페이지에 있는 캐스팅 말고,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제목과 함께
그리고, 디테일이란 측면이 있지요. 영화, 혹은 원작 소설 - 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탈레반, 카불 등의 키워드로 나타낼 수 있는 공간(물리적 공간이 아닌 개념 공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패트리어트 같은 영화에서 절 짜증나게 했던 성조기 휘날리는 식의 유치짬뽕스런 보여주기가 아니라, 깔끔하게 배경으로만 존재하면서도 이야기를 빛나게 해주는 감칠나는 디테일로서 그 자리에 서 있지요.
어제 영화를 보고 들어와서 자기 전에 아프간, 카불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좀 해봤지요.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영화를 보고 나서 저라는 한 사람이라도 저쪽 동네에 관심을 갖게 했다니, 성공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준 세심한 묘사들이 저에게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 영화를 보기 전에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을 가지고 싶으시다면(없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네이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검색해보시고, 지도를 꺼내 한번 찾아보세요.
음악도 괜찮습니다. 처음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장면마다 나오는 음악들이 화면과 대사에 잘 어울리지요. 특히 오랜 시간을 넘어 전해진 편지 - 와 함께 흐르는 음악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귀에 익은 팝이나 클래식이 아닌 저~~~기 서남쪽 동네(가 맞나?)의 음악이 이렇게 좋은지는 몰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중간중간에 나오던 중고음으로 구비구비 흐르는 듯한 노래, 오프닝 부분에서 나비양이 말했던 선이 이뻐 - 와 합치되는 듯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깔끔하게 끝나지 않습니다. 이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요. 책으로는 읽어보질 못했고, 영화만 봤으니 원래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렇게 되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던가, 소년은 이렇게 이렇게 성장하고 껍질을 깬 성인이 되었다, 라던가 이런 깔끔한 결말이 아닙니다. 제 눈에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 거의 모두가 평면적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는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고, 변해가는 이도 있고 변하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은 다른 것. 영화를 보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성장하기 위한 몸부림(변화)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성장/발전을 뜻하는 것은 아닐런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사건과 동일한 문맥의 사건이 십수년이 흐른 후에 다른 형태로 반복되고, 동일한 종류의 결과를 가져오지요.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그 녀석은 속죄한 것도 아니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예전 뮤지컬 렌트를 보고 나서 가장 짜증났던 것이, 이런저런 문제의식을 다 던져놓더니, 마지막에는 그래도 사랑이면 다 된다 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이렇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로부터 도망가지 않습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카불의 고아원은 굶주림에 괴로워하고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들로 가득한 채 그대로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또 돌에 맞아 죽어갈 것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괜한 자기만족을 위해 현실을 비틀어 보여주지 않았다는게 좋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 도둑질,
거짓말은 진실을 훔치는 것,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짓.
...
카불에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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